누군가 새내기 시절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았을 내용 - 2

by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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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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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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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0:45
2018/02/06 20:45

태초부터 어린 꼰대였던 이십대 중반이 새로이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되실 수많은 새내기께
칼퇴의 행운을 빌어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읽으나 마나 한 쓸데없이 긴 unsolicited advice를 드리고 싶습니다.

타인의 욕망에 귀속되지 않기, 내 결정과 행동에 대한 책임/주인의식, 젊음을 만끽하기로 나눠봤습니다.
제게는 미루고 미루던 막학기인 여러분의 첫 학기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타인의 욕망에 귀속되지 않기 (The art of not giving a fuck.)
서강대에 진학하게 된 학생 중 95%는 아마 어렸을 때 부터 친구, 학교 선생님, 가족 구성원 등 
다양한 층위의 사회로부터 어떠한 위치나 행동, 결과를 요구받고 수용하며 살아왔을 것 입니다.
좋은 성적, 특목고 진학, 좋은 대학에 진학. 튀지 마라. 애들이랑 싸우지 마라. 공부 열심히 해라.

부모님이 특히 심하신 경우가 더러 많습니다. 
고시를 봐라, 공기업을 가라, 왜 8학기만에 졸업을 안 하니? 아이고 휴학해서 뭐 하게
니 애미 친구 자식은 어쩌구 저쩌고…

친구들의 시선과 comment도 신경 쓰입니다. 누군가 무엇을 한다면 나도 해야 할 것 같고,
뭔 이상한 과 활동이니 맛도 x도 없는 소주 안 퍼마시고 참여 안 하면 뒤쳐지는 것 같고.
같이 수업 듣는 이성에게 말은 걸어보고 싶은데 쪽팔린다. 실패하면 어떨까?

나를 의심하는 모든 목소리에 조1까라고 외치세요.
What if나 but이 나오면 그냥 fuck you라고 외치며 크게 중지를 날리시면 됩니다.

ㅋㅋㅋ니가? ㅋㅋㅋ서강대가? ㅋㅋㅋㅋ~~가?? Fuck you.
원래 약한 사람들은 본인의 그릇과 타인의 그릇을 동일시합니다.
세상은 여러분께 빚진 게 없고, 여러분이 세상에서 하지 못할 건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함과 별개로, 본인만의 꿈이나 막연히 그려왔던 동경, 이상, 혹은 일상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본인이 어렴풋이 무엇을 즐겨하고, 어떤 걸 할 때 집중이 잘 되고 좋아하는지 느끼실 것 입니다.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기 시작할 때, 나는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내 삶을 정의하는 우선순위와 가치관들에 대해 알아가보며, 지키고, 키우고, 실행하세요.

지킨다는 표현 또한 not giving a fuck을 수행하면서 의미가 없어질 것 이예요.
타인의 시선에서 indifferent 해질 때, 지킨다는 표현과 소모되는 에너지도 무색해질 것 이예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욕망으로 삶을 살면 안됩니다.
내 인생은 부모님이 살아주시지 않고, 내 친구가 살아주지도, 심지어는 오래 연애한 남자/여자친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능동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오직 내 욕망만을 이해하고, 충족시키며 살아야 합니다.



내 결정과 행동에 대한 주인의식. (owning every step of your decisions)
부제: 평범함에 귀속되지 마세요 (don’t settle for mediocrity)
무언가 잘 하기 위해서 열심히 한다기보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 때문에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열정이나 주인의식이 없다면, 무언가를 열심히도, 잘 할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대학에서, 혹은 삶에서 수행하게 될 수많은 과제물, 업무, 인간관계는
수능 앞쪽 문항 수학문제처럼 공식을 외우고 대입해서 풀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공식 또한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해석하는데 쓰이는 하나의 framework 뿐이죠.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 "문제"를 완벽히 이해해야 합니다.

진로 선택, 인간관계, 연인과의 갈등, 동아리 활동, 과제물 모두 정해진 전과나 참고서는 없습니다.
다만 (사실 관계를 떠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쏟아지는 단편적인 정보들 뿐이죠.

주도적으로 문제를 구조화하고,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내 120%를 쏟아부어 해결해야 할 것을 해결할 때 내공이 쌓이고 실력을 기르는 것 같아요.
그게 연인/인간관계든, 전공 과목이든, 진로 고민이든.

만약 진짜 노력했는데 최소한의 열정이나 책임감의 생각이 없다?
그러면 깔끔히 본분만 다 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더 이상 하지 마세요.

경제 전공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경제과에 진학했다가
다른 전공에 관심이 생겼다?
경제 최저 필요 학점만 챙기고 듣는 수업들만에서 최선을 하고 원하는 거 하세요.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을 소유하고 지배하세요. 
지는 것도 습관이라고 믿습니다. 이기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서는,
설사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매 순간을 지배하지 않으면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음을 만끽하기 (부제: be an interesting person)
보통 발전을 커리어나 정량적인 요소를 묘사하기 위해 설명하는데,
영혼을 키우세요. 여러분 공부 애매하게 했잖아요. 대학 가서 공부 만회하면 되지.
근데 잘 놀아야지 공부도 잘 해요.

세상을 즐길 주관, 나만의 취향을 찾고 기르고 즐기세요.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만 특히 남학생들, 만약 본인이 모쏠인데 예쁜 이성과 연애를 하고 싶다면
하루에 헬스 두시간씩 습관화 하고 방학 동안 온갖 취미활동 다 해보고
대학교 들어와서도 많은 거 해보세요.
특히 남학생들 운동 이 악물고 습관화 하세요.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내재화하세요.
이성에게 인기 없는 사람 (or 이성을 잘 못 사귀는 사람)은 대학 졸업해도 별다른 노력 없으면 그대로입니다.
단, 연애를 하기 위해서 이런 노력을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하세요. 좋은 연인은 내가 좋은 사람이야지 나타납니다.

관심있는 책 찾아서 평소에 읽으세요. 문학, 비문학 다 읽으세요. 전공 분야던 교양서든.
유발 하라리의 Sapiens - Homo Deus, Peter Thiel의 Zero to One이나
조이스의 Portrait of an Artist as a Young Man,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 
다양한 분야와 시기의 고전들이나 띵작들 읽으면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봐보세요.

만화도 상관 없어요. 영화, 미드 다 보고 싶은 만큼 찾아보세요.
고전, 블록버스터 모두 상관 없어요. 보다 보면 본인만의 취향이 생길 꺼예요.
물론 명작이야 많죠. 다 검색하면 나오니까 패스.
박물관, 전시회, 연극 너무 많아요. 학생할인도 많아요. 아, 해외 공연의 내한은 비싸구나. 돈 모아서 다녀봐요.

이태원/녹사평/경리단길 가보세요. 여러분에게 나이대 조금 높지만 고급스러운 라운지 바 많아요. 
Hooker Hill 쪽에 GI들만 가는 미국인 바나 비싼 루프탑도 가 보고 할로윈에 분장도 해 보고 길거리 누벼보세요.
강남역이나 신촌에서 미팅 많이 해요. 저는 새내기때 스무 번 넘게 나갔어요.
서래마을, 익선동, 충무로, 청담동, 공덕~대흥~홍대~연남동으로 이어지는 공원들과 골목들에서 돈 모아서 맛집도 다녀보고
서대문~광화문~시청 일대, 한강 공원 (강북쪽/강남 둘 다)에서 날 풀리면 산책해요.
DDP의 밤도깨비야시장 푸드트럭에서 overprice된 음식 먹어보세요.
혼자 가면 뭐 어때요. 혼자 가기 싫으면 본인이 주도해서 새로운, 혹은 정든 친구들과 같이 다녀봐요.

집이나 학교 근처 번화가에 분위기 좋고 술 괜찮고 조용한 단골 바 한 두개 만들어 놓으세요. 쓸 일 많아요.

차 있으면 밤에 훌쩍 북악스카이웨이와 팔각정으로, 아니면 여의도로 훌쩍 드라이브 해봐요.
밤에 서울 중심의 고요함은 너무 아름다워요.
단언컨데 서울은 전 세계 10대 도시 안에 듭니다. 볼 게 너무 많아요.
앞으로도 많겠지만 볼 시간이 적어질 날이 올꺼예요. 다 다녀봐요. 여러번 다니세요. 서울을 자기 도시로 만드세요.

서울을 떠나보기도 해봐요. 세상을 나만의 경험으로 알아가보세요.

여러 패션 스타일도 공부해보고 자기한테 맞는 핏, 옷 입는 습관, 브랜드, 아이템,
톤, 립 컬러, 베이스, 에센스. 다 찾아나가봐요. 어차피 직장인 되면 그까짓 옷이나 화장품 살 수 있지만,
젊고 예쁘고 어릴 때 가끔 정말 예쁘고 멋지게 꾸며봐요.

사랑에 빠지세요. 누군가를 먼 발치에서 좋아해 보기도, 누군가의 호의에 부담을 느끼기도,
사랑에 빠져 약해지고, 서로 모든 걸 나눠보세요.
뜨거운 사랑에 냉담히 데여보기도, 사랑이 끝난 후에 상실감을 삭히며 나아져보기도, 
다시 사랑을 시작할 용기 모두 당신에게 올 것 입니다.

이 모든 걸, 그리고 더 많은 걸 대학생들은 부딫혀가며,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함께, 나 홀로, 우리 모두 겪을 특권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4년 (+@)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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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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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91

익명1
02/07 00:31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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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선배님

글쓴이
02/08 09:42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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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감사합니다

익명2
02/07 16:37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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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is 영어가 so many한가요?

글쓴이
02/08 09:42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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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only 있으세요?

익명2
02/08 12:56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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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king sejong is 울고있어요 underground

글쓴이
02/08 20:02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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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Prince Heungseon도 지금 fucking angry 할꺼예요

익명3
02/07 18:39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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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4
02/08 19:55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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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잘읽고 갑니다!!

익명5
02/09 14:12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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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부족함없이 자라셔서 부럽네요

익명6
02/14 14:06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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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애미 친구 자식 킬링포인트 인정 또 인줭~

익명8
03/01 19:10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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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애미라니...?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