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학원에 눈꼽만큼이라도 생각이 있는 새내기들에게 드리는 이야기 입니다.
먼저 학창시절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서강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조금 민망하지만 전체 수능응시생중 상위 5% 안에든 승리자임에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다음주에 졸업 예정이며 대전K대 대학원에 석박통합으로 입학할 예정인 졸업생 입니당
혹시 졸업 후 대학원을 꼭 가야 취업이 잘 되는지 박사학위까지 할지 몰지 고민하는 새내기분들이 입학하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얘기 하고자 합니다.
지극히 학사학위 나부랭이의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이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는 식으로 봐주세요 ㅎㅎ
길고 필력이 처참할 수 있으니 이점 양해부탁드립니다ㅠㅠ
이제 입학을 기다리는 자과부 새내기분들 중 몇몇분들은 대학원에 대한 고민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 입니다. 저학년때는 없다하더라도 자연과학부 학생(특히 물리, 화학)이라면 고학년때 진로고민을 하며 대학원은 빠질 수 없는 사항 입니다. 교수님께 상담을 요쳥해도 대부분은 무조건 와라, 박사학위까지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무조건 긍정적으로 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ㅠㅠ) 주위 동기들 대부분이 대학원에 대한 고민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새내기분들도 고학년 때 이러한 고민을 하실 확률이 높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또한, 물리과, 화학과 학생들 중심으로 말하기 때문에 나머지 수학과, 생명과는 많이 무관한 이야기 입니다. 수학과, 생명과 새내기분들은 이 점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1. 왜 자과부 학부생(특히 물리, 화학)이라면 대학원 고민을 피하지 않을 수 없는가?
공대와 달리 자연과학부 학부생의 취업분야는 많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대 학부생은 기술을 이용하여 이윤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배우지만 자과부 학부생은 기술에 사용되는 원천 이론을 많이 배우는 점에서 많은 차이가 나죠. 따라서 자과부 학생은 기술들의 원천 원리는 알지만 기술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몰라 취업면에서 이도저도 아닌 입장이 됩니다.ㅠㅠ 그렇기 때문에 자과부생의 학부취업은 공대에 비하면 난이도가 높고 월급이나 복리후생 면에서도 많이 불리한 경향이 있습니다. 공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공부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대학원학위를 가지고 있다면 말이 달라집니다. 특히 석사학위만 있어도 취업분야가 상당히 넓어지며 급여나 복지도 좋은 기업에 많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어느정도 연구능력이 입증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개발이나 연구직에 도움이 될 수 있죠. 이 때문에 상당수 물리과, 화학과생들이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거치고 원하는 회사에 취업을 합니다. 하지만 석사과정이라도 연 단위의 고된 대학원 생활을 견디기는 너무 힘들 것 입니다. 대학원 생활은 본인이 연구에 흥미가 있지 않은 이상 정말 지옥이 되기도 합니다. 거의 하루일과를 연구에 매진하며 논문을 써야하는데 본인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만한 고문도 없을 것 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자과부생 입장에서 분명 대학원 학위의 메리트를 알더라도 그 과정이 너무나 고되기에 '힘들지만 학부취업 도전하기 vs 지옥의 대학원을 견디고 취뽀하기' 2가지 사항을 고민하게 됩니다.(취업말고도 피트, 고시 등 여러가지 다른 선택지도 있겠죠.)
2. 내가 다니는 학과의 대학원은 무엇을 연구할까? 대학원에 대해 진짜 하나도 모르겠어ㅠㅠ
새내기 입장에서 위의 고민을 하기엔 너무 이를 수도 있지만 미리 고민을 하면 나중 고학년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과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도 모르기에 일단 2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공수업 들으며 생각해 볼 수 도 있지만 제대로 결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본인이 할 수 있는 능력내에서라도 자기 학과가 어떠어떠한 분야로 나뉘어져 있는지 아는게 좋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전공기초강의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상담요청을 할 수도 있고(많은 경우 교수님 입장에서는 열정있는 새내기라고 예뻐하십니다.)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소개글을 볼 수 있고 전공기초과목을 공부하면서 대강이나마 맛 볼 수 있습니다. 1학년때는 보통 전공기초과목이라고 흔히 아는 일반화학, 일반물리, 미적분학1,2 와 같은 교양이지만 전공같은 과목들을 말하죠. 참고사항으로 일반화학은 전반적으로 화학 분야 중 물리화학을 다루고, 미적분학은 수학 분야 중 해석학?(혹시 틀리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에 대한 맛보기 과목입니다. 나머지 분야들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이나 학과소개에서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분야들이 있는지 특징을 조금이라도 알면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금방 찾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대학원은 학부와 천지 차이로 다릅니다. 학부때는 이미 연구된 학문들을 배우고 잘 이해하고 있는지 테스트를 하는게 중심이라면 대학원은 본인이 스스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실험(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설계하여 논문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자신의 가설이 타당함을 입증하는 과정입니다. 한마디로 자신만의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거죠.
이제 곧 실험과목들을 수강하셔서 아시겠지만 학부때 실험은 주어진 실험과정에 따라 실험을 하여 결과를 보고 제시된 예상결과와 비교하여 실험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하죠. 즉, 이미 알고 있는 실험과정과 실험결과가 있고 이를 따라하여 실험원리를 익히는 교육적인 측면이 큽니다. 하지만 대학원의 실험은 연구를 위한 한 과정으로 본인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내어 가설에 타당한지를 밝혀야 합니다. 학부때와 달리 책을 찾아도 없고 여러개의 기존 논문들을 참고하여 어떤 가설(연구주제)을 세울지, 실험을 어떻게 설계할지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게 대학원 입니다. 보통 석사과정에서는 여러 논문을 참고하고 그 중 일부 논문의 실험과정이나 가설을 조금 변형하여 실험을 합니다. 또한, 석사과정 정도는 교수님이나 연구실 선배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연구주제를 정하고 실험진행과 논문쓰기에 너무 큰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쉬운건 아니지만 서강대 학생 정도면 주어진 일을 착실히 하면 석사학위는 무사히 받을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무대는 박사과정 입니다. 보통 취업을 중점적으로 목표로 하시는 분들은 석사에서 마치고 취업을 하십니다. 박사과정은 본인이 정말 연구가 재미있어 정부출연연구원이나 교수와 같은 학계에 꿈을 가지거나 아니면 독자적인 연구능력을 가지고 기업의 연구직에 취업하여 개발프로젝트를 총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석사과정은 하라는 대로 열심히 하면 2~3년안에 학위를 받을 수 있지만 박사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연구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쓰는 능력을 입증해야 합니다. 석사와 박사 난이도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보셔서 무방합니다. 정말 박사는 졸업을 하고 싶어도 역량부족으로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ㅠㅠ
3. 나는 대학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박사학위... 도전해볼까?
아직 대학원에 입학 전이지만 제가 석박통합으로 대학원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학부연구생이 컸습니다. 새내기 분들은 한 번쯤은 방학동안 학부연구생을 통해 연구실 생활을 하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정말 본인이 대학원에 대한 적성을 면밀히 평가할 수 있으며 연구실의 실체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물론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때부터 학부연구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교수님들도 1학년때는 다른 것을 많이 해보고 고학년때 해도 늦지 않다 라는 말씀을 하시고 허락을 잘 안해주실것 입니다. 학부연구생을 할 시기를 미리 생각해두고 시작시기 한 달 전부터는 교수님께 이메일을 드리며 부탁을 합니다. 사실 자과부 대부분의 연구실은 공대와 달리 학부연구생 모집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메일을 보내고 본인이 학부연구생을 해야하는 이유를 말하면서 설득을 하면 안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활은 초중고와 달리 원하는 바를 본인이 능동적으로 해야 많은 걸 얻을 수 있습니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도 바쁜데 수많은 학부생을 챙겨줄리가 없으니까요. 막상 이메일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허락해주실 교수님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거절하는 교수님들도 많지만 학부생을 케어할 여건이 안되는 등의 경제적인 이유일 뿐이지 싫어하는 교수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전K대의 한 연구실에 방학동안 학부연구생 생활을 허락받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공식적으로 학부연구생 공고를 내지도 않은 연구실 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이메일을 쓸 때 미니자소서 같은 느낌으로 교수님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에 어떤 부분이 흥미로우며 무엇을 할지 비록 연구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제 능력 내에선 성의껏 편지를 썼습니다. 막연히 학부연구생을 하고싶다는 내용보단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 등을 제시하면 설득력이 더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학부연구생을 하는 적절한 타이밍은 2학년 2학기 겨울방학~3학년 겨울방학 이렇게 3주기의 방학 중 한 시기가 적절할 거 같습니다. 학부연구생을 하다보면 저절로 대학원 진로에 대한 감이 잡히실 것 입니다. 석사만 하고 취업할지, 박사까지 도전할지, 대학원은 포기하고 취업을 할지. 저의 경우 입학때부터 과학자가 꿈이였고 정말 연구에 적성이 있을까 고민되기도 했습니다. 한 번 학부연구생을 해보니까 대학원 생활도 할만하다는 느낌이 들고 연구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져서 석박통합으로 도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현재 후회되지 않으며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정말 학부연구생은 강력히 추천합니다. 대학원에 대한 정말 좋은 진로체험이고 확실히 결정을 할 수 있는 수단같습니다.
4. 1학년때는 무엇을 하는게 좋을까? (필수 아님)
대학원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새내기분 이시라면 전공공부를 충실히 하는게 중요한거 같습니다. 전공에 대한 흥미와 애정이 있으려면 관련 과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공과목에서 배운 내용들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서 그 전공의 매력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는 좋은 성적을 얻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게 성적이 그 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온전히 대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족보암기나 수업필기를 암기하여 좋은 성적을 얻었다고 해도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그 과목에 대해 의미와 매력을 느낄 수 없습니다. 또한, 종강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속에 다 잊혀질 확률이 높습니다. 전공과목에 대한 흥미를 갖기 위해선 전공과목에서 배운 내용들을 자기것으로 만들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학점은 평범할지라도 전공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과 과탑급 학점이라도 전공에 대한 내용이 머릿속에 별로 없는 사람이 대학원에 갔을 때 전자가 무사히 학위를 받고 후자는 상당히 힘든 기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당장은 성적이 좋은게 짱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학원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논문을 쓸 때 족보가 있는것도 아니고 본인이 오롯이 이해를 해야만 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수업을 들을 때 필기보다는 이해를 위한 생각을 많이 했던거 같습니다. 그러다 의문점이 생기면 질문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 질문을 했던 거 같습니다. 단순히 이해를 위한 질문보다는 왜 이러한 개념이 생겨났는지, 또 다른 특정 개념에서는 어떨 지 등의 순수한 호기심을 위한 질문을 했습니다. 성적을 잘 맞기 위한 질문은 아니지만 궁금증도 해결되고 전공과 연구에 대한 애정과 흥미가 커져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공부는 본인이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하고 노는게 좋은거 같습니다. 너무 공부만 하는건 확실히 비추합니다. 또한, 2학년 겨울방학 즈음부터 학부연구생 타이밍을 잡으면 대학원 진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위처럼 공부가 필수인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대학원가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학부때 전공은 지식보단 원리이해를 하는 연습과정인거 같습니다. 다만 고민은 일찍, 많이 할 수록 좋은거 같습니다. 나는 대학원을 왜 가야하는지 졸업 후 무엇을 할지를 자주 고민하다보면 해답을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입니다.
긴 글 읽어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자과부 새내기들의 진로결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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